🐱 고양이는 왜 아직도 반은 야생일까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회색 고양이의 모습
이미지 출처 : 직접 제작한 이미지 입니다.

같이 사는 고양이를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분명 집에서 태어나고, 사람 손에 자랐는데도 어딘가 야생의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부르면 오지 않을 때도 있고, 갑자기 사냥 놀이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개와는 조금 다릅니다. 왜 그럴까.

고양이의 시작은 농경지 주변이었습니다

현재까지의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집고양이의 조상은 중동 지역에 살던 ‘아프리카 들고양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 9천~1만 년 전,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곡식을 저장했고, 곡식을 노리고 쥐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쥐를 쫓아 들고양이들이 인간 거주지 근처로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양이 역시 인간이 적극적으로 길들였다기보다, 스스로 가까이 왔다는 점입니다. 쥐가 많은 곳은 고양이에게 안정적인 먹이 공급원이었습니다. 인간에게도 이익이었습니다. 쥐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필요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개와는 다른 가축화 방식

개의 가축화는 사회적 협력이 중심이었습니다. 사냥을 함께하고,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성격 변화가 컸습니다. 반면 고양이는 인간과 협력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공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가축화 과정에서 유전적 변화가 개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회성 관련 유전자의 변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는 지금도 야생 고양이와 비교했을 때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즉, 완전히 인간 중심으로 재편된 종이라기보다는, 인간 환경에 적응한 야생 동물에 더 가깝습니다.

사냥 본능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움직이는 물체에 즉각 반응합니다. 작은 벌레, 장난감 깃털, 레이저 포인터에 집착하는 모습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냥 행동의 일부입니다.

고양이는 단독 사냥꾼입니다. 무리로 사냥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접근하고, 순간적으로 공격합니다. 이런 행동 패턴은 야생 들고양이와 거의 같습니다. 실내에서 생활해도 본능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주인’으로 인식할까

고양이가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있습니다. 일부 행동 실험에서는 고양이가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하고, 보호자를 인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개처럼 명령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고양이도 보호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다릅니다. 개가 사회적 복종을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했다면, 고양이는 영역 공유에 가까운 관계입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 방식입니다.

왜 아직도 야생성이 남아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가축화의 깊이 차이입니다. 개는 최소 1만 5천 년 이상 인간과 함께하며 강한 선택 교배를 거쳤습니다. 반면 고양이는 약 1만 년 정도의 공존 역사 속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인위적 선택을 받았습니다.

또한 고양이는 혼자서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야생에서 단독으로 사냥해 살아남는 전략을 유지해왔습니다. 인간에게 완전히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였습니다.

이 점이 개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개는 인간과 떨어지면 생존이 어렵지만, 고양이는 비교적 독립성이 높습니다.

도시에서도 살아남는 능력

도시 환경에서 길고양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환경 속에서도 독자적으로 먹이를 찾고 영역을 형성합니다. 이는 가축화가 덜 진행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실내 고양이 역시 높은 곳을 선호하고, 영역 표시 행동을 보이며, 낯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런 특성은 야생 조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야생은 아닙니다

고양이는 인간과의 공존을 통해 분명 변화했습니다. 털 색과 무늬가 다양해졌고, 일부 품종은 외형적 특징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사회적 신호를 읽는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행동 체계는 비교적 온전히 유지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집고양이’와 ‘야생 고양이’의 모습을 동시에 보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그 낯섦

고양이를 오래 키운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 스스로의 공간을 지키는 태도,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이것이 바로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의 특성입니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맞춰 완전히 변한 종이라기보다, 인간 곁에서 살아가기로 선택한 야생 동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반은 야생처럼 보입니다.

집 안 소파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도, 유전적으로는 사막과 초원을 누비던 들고양이의 후손입니다. 그 본능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낯설고도 매력적인 면을 동시에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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